심리요법

양의사는 병을 볼 때 낮은 층차 물질의 메커니즘을 중시한다. 반면 한의사가 병을 볼 때는 근본을 중시하며 아울러 고층공간의 메커니즘으로 깊이 들어간다. 완전히 ‘병’이란 개념 자체를 벗어나 병 자체가 아니라 병의 증상(病象)을 일으킨 근본원인을 탐구하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이 낫는다.

중국 고대의 심리치료에서는 종종 오행 상생상극(相生相剋)을 이용했다. 여기서 오행(五行)이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를 말한다. 오행은 상호간에 상생(相生)과 상극(相剋)의 관계가 있다. 가령 상생에는 목생화(木生火), 화생토(火生土), 토생금(土生金), 금생수(金生水), 수생목(水生木)이 있고 상극에는 목극토(木克土), 토극수(土克水), 수극화(水克火), 화극금(火克金), 금극목(金克木)이란 개념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오장에 모두 오행의 속성이 있다고 보는데 다시 말해 간(肝)은 목(木)에 속하고 심(心)은 화(火)에 속하며 폐(肺)는 금(金), 비(脾)는 토(土), 신(腎)은 수(水)에 속한다. 오장을 오행에 배속할 수 있다면 이들 사이에도 상생과 상극의 원리가 적용된다. 가령 목인 간(肝)은 화인 심(心)을 생한다. 역으로 목인 간은 토(土)인 비(脾)를 극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또 사람의 정신작용을 오행과 오장에 배속시킬 수 있다고 본다. 가령 간은 혼(魂)을 저장하고 심은 신(神)을 저장하며, 비는 의(意 뜻)와 지(智 지혜)를 저장하며, 폐는 백(魄)을 저장하고, 신은 정(精)과 지(志 의지)를 저장한다. 사람의 정신질환은 바로 이들의 작용에 이상이 발생한 것이므로 오장의 상생과 상극의 관계를 이용하면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명의 주단계의 웃음 처방

금원(金元) 시대의 저명한 의사였던 주단계(朱丹溪)는 일찍이 아내를 잃은 남편을 치료한 적이 있다. 이들 부부는 살아생전 금슬이 매우 좋아 아내가 사망한 후 남편은 깊은 슬픔에 빠졌다. 슬픔이 심한 사람은 병이 생기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칠정(七情) 중에서 희(喜)는 심(心)을 상하게 하고 노(怒)는 간(肝)을 상하게 하며 우사(憂思 근심걱정)는 비(脾)를 상하게 하고 비(悲)는 폐(肺)를 상하게 하며 경공(驚恐 놀람과 공포)은 신(腎)을 상하게 한다고 본다. 단계는 이 환자를 보자마자 곧 슬픔이 지나쳐 생긴 병임을 알고 오행의 상극을 이용해 처방했다. 슬픔은 폐(肺)를 상하게 하고 폐는 금(金)에 속한다. 금을 극하는 것은 화(火)이고 오장에서는 심(心)이 화가 된다.

그는 환자의 맥을 짚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임신한 지 몇 달이 되었군요. 얼마 안 있어 아이를 낳을 겁니다.” 환자는 ‘나는 분명히 남자인데 어떻게 아이를 가질 수 있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는 생각할수록 우스워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당신 참 한심한 의사로군!” 하고는 나갔다.

그는 이후 만나는 사람마다 “사람들이 모두 주단계가 명의라고 하던데 뭐 대단할 게 있는가? 남자와 여자의 맥도 구별하지 못하면서 나더러 임신했으니 곧 아이를 낳을 거라고 하더군.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만나든 한 번씩 이 이야기를 꺼냈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허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하자 그의 병은 약을 쓰지 않아도 저절로 낫게 되었다. 바로 화극금(火克金)의 방법을 사용해 심이 주관하는 즐거움이 폐가 주관하는 슬픔을 치료한 것이다.

욕망과 집착이 없어야 건강해져

옛날 의사들은 이처럼 오행의 상생상극을 이용한 심리치료를 통해 종종 좋은 효과를 보았다. 다시 말해 사람의 칠정(七情)과 오장육부의 오행을 서로 배합한 후 상생과 상극의 방법을 이용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면 효과가 좋았다.

예를 들어 신(神)이 상했다면, 이는 심화(心火)의 병이니 신수(腎水)로 다스릴 수 있다. 칠정 중에서 신(腎)에 배속된 것은 ‘정(精)’과 ‘지(志)’이니 이것을 활용하면 ‘신(神)’을 다스릴 수 있고 병도 고칠 수 있다. 또 만약 슬픔이 지나쳐 ‘백(魄)’이 상했다면 이는 폐금(肺金)의 병이니 심화(心火)에 해당하는 ‘신(神)’의 즐거움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며 소위 ‘칠정(七情)’ 질환을 잘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신이 긴장되지 않는 사람과 번뇌가 없는 사람은 정신질환이 잘 생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신이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가?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사람의 욕망과 집착을 담담하게 내려놓아 많이 내려놓으면 내려놓을수록 더 좋아진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에게 당신이 정상인이거나 환자거나 지금부터 욕망을 내려놓고 담담해질 것을 건의한다. 이렇게 하면 칠정으로 인한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든다.

또 현대의학 연구에서도 사람이 긴장하지 않고 번뇌하지 않아 몸이 평형을 잘 유지하면 위장병이나 심장병 발병이 줄어들고 수면의 질도 좋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 방어와 저항력도 좋아져 비정상적인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감기 등의 질병도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