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글 입력저우융캉의 대세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Getty Images)

지난 13일 필자가 중공 관방 신화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중공 지도부의 활동 상황이 잘 나타나 있었다. 이날 헤드라인 뉴스는 ‘국무원: 식품안전 행정에 대한 문책제도 강화’였고 주 내용은 원자바오 총리가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면서 했던 발언들과 연구부서에서 식품안전을 진일보로 강화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헤드라인 아래에 관련 소식을 보도하면서 리커창 관련 뉴스가 등장했다. 그 외 신화 초점 코너에 우방궈, 허궈창 등의 소식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배치됐다. 하지만 저우융캉 관련 뉴스는 찾기가 힘들었다.


자세하게 들여다보지 않으면 신화사 사이트에서 저우융캉의 모습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필자가 찾아보니 ‘발전논단’ 코너의 한구석에 ‘정법(政法) 간부경찰은 어떤 상황에도 당중앙과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대체 누가 정법 간부경찰에게 이런 요구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제목을 클릭해보니 ‘18대를 위한 안정된 환경을 창조하자! 저우융캉: 정법 간부경찰들에게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모름지기 당중앙과 일치해야 한다’고 했다는 소제목이 붙어 있었다.


이 뉴스는 지난 6월 12일 거행된 정법 간부경찰 핵심가치관 교육실천 활동보고회에서 저우융캉의 담화를 보도한 것이다. 담화에서 저우융캉은 “정법 간부경찰은 큰 문제에서 머리가 청성해야 하며, 입장을 확고히 하고, 기치를 분명히 해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늘 후진타오 동지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 각급 정법기관은 현재 업무를 힘껏 촉진해야 하며 18대 승리를 위해 조화롭고 안정된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겉으로 보면 저우융캉은 분명 각급 정법기관 간부경찰들에게 정치적 입장을 확고히 하고 후진타오를 총서기로 하는 당중앙과 고도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후진타오에 대한 충성을 표시했다. 그가 지난 3월 ‘총서기의 지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또 이후 담화에서 애매한 표현으로 후진타오의 이름을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던 태도에서 지금처럼 공개적으로 후진타오와 고도의 일치를 유지해야 한다고 태도가 변한 것을 본다면 저우융캉은 이미 막다른 궁지에 몰려 두려움 가운데 종말이 닥치길 기다리고 있음을 설명한다.


저우융캉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후진타오에 의해 공개적으로 조사를 받고 권력을 잃었다는 뉴스를 ‘반박’하기 위해 후진타오에게 아부하는 동시에 아직 자신의 수중에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즉 “각급 정법기관은 현재 업무를 힘껏 촉진해야 하고 18대 승리를 위해 조화롭고 안정된 환경을 창조해야 한다”라고 발언한 것이 그것이다.


저우융캉에 대한 결론이 이미 확정됐다는 전제하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의 태도는 아무런 감동도 없고, 심지어 관계자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희석되거나 혹은 역겨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저우융캉은 정치국 상무위원의 지위에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뉴스는 통상 ‘신화초점’이나 혹은 ‘신화시사’ 항목에 었어야 하며 이도저도 아닌 다른 곳에 배치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우융캉의 이번 발언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논단’ 코너에 배치되었고 그나마 제목에는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의도적으로 그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고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저우융캉에 대한 신화사의 이런 보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찍이 마오쩌둥 시대에 류사오치와 다른 인물을 타도하기 전에도 유사한 방법을 채용한 적이 있다. 저우융캉 관련 소식이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등장하는 이유는 분명 중공 고위층이 저우융캉에 대해 이미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당내에서 권력과 지위를 잃은 것이 확실시되며 조만간 낙마할 것이다. 저우융캉이 6월 12일 같은 날 열린 보다 중요한 전국정법위서기 연수반 졸업식에 불참한 것은 간접적으로 이를 입증한다. 이외에도 그에 관한 뉴스가 이렇게 배치될 수 있다는 것은 저우융캉의 재기를 돕던 리창춘이 정세에 순응하는 법을 배웠거나 혹은 감히 나서지 못하도록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의 칼럼이 나간 후 신화사 사이트에서 의도적으로 저우융캉에 대한 뉴스 배치를 바꿔 독자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도 있고 필자 역시 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진실과 거짓을 뒤섞는 것은 중공의 상투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짓은 영원히 거짓이며 적어도 저우융캉의 대세가 이미 지나갔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저우샤오후이(周曉輝‧중화권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