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시화 이면에 도사린 도시빈곤율과 빈부격차는 중국경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만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없으며 내수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경제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Getty Images)

중국 투자기업 60% “경착륙 가능성 우려”
농촌 도시화로 부작용 늘었지만 대책 없어

중국의 성장률이 3년 만에 처음으로 8%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보도되자 중국 경제의 향방에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이 수치 자체도 거짓일 가능성이 많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미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럽·미국에 이어 중국경제까지 붕괴된다면 對中 수출 주도의 한국경제로선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성장의 여지는 아직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차이나리스크는 시작됐고 점차 더욱 가시화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이 최근 중국투자 한국기업 14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중국에 투자하는 한국기업들이 매출부진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기업의 45.5%가 올해 매출증가율이 전년대비 10% 미만에 그치거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수출 주력 품목이었던 기계와 가전, 철강, 무선통신기기 등의 올 상반기 수출 증가율이 모두 마이너스 10~20%까지 크게 떨어졌다. 對중국 전체 수출도 1.5% 줄어 지난해 15% 가까이 늘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가시화 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중국의 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우리 성장률 역시 0.4%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김상철 KOTRA 상하이무역관 관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투자기업의 60%가 중국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중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쉬홍차이(徐洪才)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 부부장은 “앞으로 20~30년 안에 중국 농촌의 도시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고 필연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고속성장의 시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반대 견해를 제시했다. 오히려 중국은 농촌의 도시화로 더욱 뼈아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급속하게 진행되는 도시화로 인해 많은 부작용이 일고 있지만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경제지표로도 중국은 이미 위기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지만 잠재적인 위기는 훨씬 크다고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의 도시화율은 29%에서 47.5%로 껑충 뛰었다”며 “급속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 빈민층이 빠르게 증가했고, 5000만 명이나 되는 농부가 땅을 빼앗겨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아직도 세계 빈곤층의 18%가 중국인이고, 중국인 약 1억5000만 명이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에 더해 8억 명의 농민들은 1인당 연간 소득이 405달러(46만원)로, 세계은행이 ‘빈곤층’으로 규정하는 액수보다 고작 40달러(4만 500원) 많을 뿐이다. 중국이 그간 세계에 보여 왔던 것과는 굉장히 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했다던 경제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빈민층 존재라는 아이러니한 그림이 그려진다.


지금 중국은 도시 빈곤율 역시 상승하고 있다. 노동사회보장부 부장 톈청핑의 말에 의하면 구직자는 2400만 명에 달하지만 일자리는 1100만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식 통계로는 실업률이 4~4.5%에 불과하지만 실제로는 10% 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도 도시지역의 얘기일 뿐, 농촌지역의 잠재적 실업인구까지 고려하면 실제 실업률은 20%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도시화 이면에 도사린 도시빈곤율과 빈부격차는 중국경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수출만으로 성장을 지속할 수 없으며, 내수경제가 활성화 되지 않는다면 그 경제는 사상누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빈곤율과 빈부격차가 커질수록 내수소비 활성화는 어려워질 것이며, 빈곤층은 곧 잠재적 반정부 세력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다.


현재 중국경제에 대해 낙관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선진국 경제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BRICs) 등이 글로벌 경제의 활력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했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는 이들 나라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브라질과 인도, 러시아는 對중 수출 급감으로 수년래 최저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다. 가장 피해가 큰 나라는 물론 對중 수출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때마다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1.7%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포인트 떨어진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차이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선 다변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남아와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 신흥 수출시장으로 수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지성 기자 valor09@epoch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