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서초노인종합복지관장/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장

대한민국은 고령화의 늪에 빠져있다고 한다. 고령화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늪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고령화가 우리 사회에 다양한 문제로 확대되고 해결해야 할 짐 또한 많기 때문이다. 우선 국가적으로 노인복지비용 증가를 비롯해서, 현재 추산되는 치매노인 40여만 명, 중풍 등 요보호대상노인 30여만 명, 독거노인 95만여 명으로 보호비용의 증가, 노인의료비의 증가 등이 국가적인 부양의 짐이며, 고령화 확대와 함께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점점 더 커지기 때문에 늪이라고 표현한다. 이 외에 노인학대, 노인교통사고, 노인사기피해 등의 사회문제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노인자살의 심각성
한편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는 노인자살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율과 고령화 속도에서 세계 최고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최고기록이 자살 수치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1만 3,000명 정도가 자살한다는 통계가 있다. 하루 35명이다. 사망 원인별 순위는 자살이 10년 전 10위에서 지금은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당뇨병에 이어 5위로 뛰어 올랐다. 최진실, 안재환 등 유명연예인의 자살로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데 이어 전직대통령의 자살로 나라 전체가 오랫동안 후유증에서 시달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들 유명인이 아니라 이름없는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거기에다 65세 이상의 노인자살은 전체 30%에 차지하여 1년에 4,400명 가량 된다. 하루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 노인의 자살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아져서 80세 이상 노인자살은 10년 전에 비해 4배나 많다. 노인의 자살시도는 성공률이 높다. 자살이라는 것이 노인사회에서는 그들에게 대화 소재의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노인자살의 원인
노인자살이 많은 이유는 왜일까? 자살은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특별한 사람에게 생기는 아주 특별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지만 노인의 자살은 그렇지 않다. 노인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그저 있을 수 있는 일로써 흔한 대화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비노인은 생활문제에 휩싸인 극단적인 돌파구로써의 선택인 것에 비해, 노인은 생활문제에다가 남은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하여 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에게 자살은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얼마간의 시간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그들의 남은 생이 희망이나 즐거움보다 고통이나 무의미한 생활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노년기에 찾아오는 우울증
노인에게 쉽게 오는 질병 중에 하나가 우울증이다. ‘늙는 것은 슬프다’라는 말은 옛날부터 변함없이 반복되어 온 얘기다. 상실감, 소외감, 열등감, 배신감, 절망감으로 표현될 수 있는 사회적으로나 가족관계 속에서 오는 심리적 고통이 우울증의 원인이다.
우울증이란 우울한 기분이 들고 일상생활에 흥미나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하는데, 증상은 체중 감소, 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피로 또는 의욕상실, 무가치감이나 죄책감, 집중력 저하, 죽음과 자살에 대한 지속적인 생각 등으로 나타난다.
정신·사회적으로 노년기에 접어들면 노화로 인한 자신의 무능함에 관한 자각, 자신의 인생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느낌으로 인한 좌절 또는 절망감 등의 문제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주변 친척, 친구, 배우자 등의 죽음으로 인하여 상실의 경험을 하게 되는 스트레스에 취약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시력 저하, 청력 저하, 보행 장애 등 노화로 인한 신체적 장애 등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년기 우울의 관리와 예방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인의 임상적 치료와 관리에 최상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치료와 심리치료, 가족치료가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요인들을 적절히 다루고 해결하는 것이 노년기 우울증 예방에 있어 중요하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사회나 가족 지지체계의 적절한 지지가 중요하며 취미 생활을 찾거나 노년기에 알맞는 간단한 직업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노년기에 느낄 수 있는 무능함이나 좌절감을 줄이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상실 반응은 주변 가족이나 기타 지지 체계와의 건강한 관계 유지를 통해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며, 노화에 따른 장애를 최소화 할수 있도록 시력 교정, 보청기 등의 도움을 받아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노년기에 접어들수록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으므로, 여가를 즐겁게 보내며 자기생활을 관리할 수 있는 활동이나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 친목단체, 경로당, 종교단체 등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지역에 있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면 매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서는 건강관리, 경제적 관리, 취미여가 활동, 자원봉사 활동 등의 역할에 맞는 사회참여, 노년기 새로운 학습에 도전하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이런 모든 것에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식사나 수면 등 생활 리듬을 유지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지나친 흡연이나 음주를 피하는 것, 적절한 영양 관리 등도 노인 우울증의 예방에 있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예방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노인 우울증이 발병하였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할 경우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 및 장애를 줄이고 노년기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울증을 조기에 자각하거나 발견하고 치료를 받는 것도 우울증이 만성화 되거나 재발하는 것을 막는 중요한 2차 예방 수단이 될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이 있다. ‘9988 234’ 즉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누워지내다 죽는다는 말이다. 반대로 88세까지 구질구질하게 산다는 ‘8899’라는 말도 있다.
‘9988’인생을 실현하려면 우울에 대비하고 잘 관리해야 할 것이다. 취미생활, 평생교육, 사회적 역할, 가족관계와 재산관리 등을 위해 노인이 되기 전에 계획이 필요하고 인생 이모작을 위해 노력하면 성공적인 노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