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주니 그래도 고맙구나

산천 어디를 가나 시냇물이 흐르는 곳이 드물다. 개울이나 작은 하천은 말할 것도 없고 온통천지가 다 말라있다. 그나마 강이라고 이름 붙은 곳은 그래도 겨우 겨우 끊어지지 않고 좁게라도 물이 흐른다. 왠만한 산의 계곡에도 물자체가 말라버린지 오래다. 그래서 물이 흐르는 계곡을 만나면무작정 반갑다.

그런데 몇 십년 전만 하더라도 개울이나 도랑이나 여울이나 소하천이나 강이나 계곡이나 언제나 물이 흘렀다. 그때는언제나 흘렀는데 그럼 지금은 왜 흐르지 않는 걸까! 살던 마을 앞 냇가에 나가면 맑은 물이 흘러 그때는 그게 그렇게 좋은지도 몰랐다. 모든 개울이 다 흐르니 당연히 개울은 언제나 물이 흐르기만 하는 줄로 알았지. 그 세월이 흘러 이제와 보니 물이란 물은 다 마르고 나니 아~ 물이 참 귀한거구나 느껴진다. 인심이 박해지면 자연 산천도 다 메말라가는 것 같다. 쉬는 날이라 관광버스로 함께 불영계곡을 갔는데 그냥 차가 커서 세울 데가 없다면서 빙 돌아 내려온다. 실물 보려고 갔는데 내리지도 않고 차에 앉아 한 바퀴 돌아가기가 안타까와 도중 다 내려오는 길에 아무래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버스운전사에게 좀 세워서 내려서 경치 좀 보게 해 달라 하여 모두 같이 내렸다. 계곡이 제일 보고싶어 그쪽으로 갔더니 강물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흐르고 있어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 마저도 말라서야 어째 세상사는 맛이 있으랴!

그런데 난 놀러가는 날마다 디카가 잘안나오는 흐린날만 가게 되는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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