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MB정부 차라리 침묵하라
셰익스피어는 “잘못(과실)은 변명으로 인해 더욱 크게 눈에 띄게 된다”고 했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의 재산 취득과 땅투기 의혹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청와대가 새겨들어볼 만한 말이다. 변명이란 진실을 곧이곧대로 해명하는 것이라기보다 뭔가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아전인수격의 해명이나 이런저런 탓을 끌어대는 책임회피성 핑계의 의미를 지닌다.

세상일엔 그런 변명 대신 고백이나 차라리 침묵으로 넘기는 게 더 나을 때가 많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MB정권의 장`차관들 경우 자신은 자가용 승용차가 아예 없거나 국산차를 타면서도 부인과 자식들은 수입외제차를 타는 사람이 여럿 있다. ㄱ장관 부인은 일제 혼다, ㄴ장관 부인은 볼보, ㄷ장관 아들은 독일제 아우디, ㄹ장관 아들은 푸조, ㅁ`ㅂ차관급 공직자 부인은 일제 렉서스와 BMW다. 그럼에도 별다른 구설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이런저런 변명이 따라붙지 않았던 탓이 크다. 글로벌 시대에 수입차 타는 것쯤 그다지 큰 시빗거리는 못 되는 탓도 있다. 그러나 언론이 까탈스럽게 공론화했더라면 자신은 국산차 타고 가족은 외제차 타는 사연을 한두 마디 해명하려 들었을지 모른다. 그랬더라면 청와대 비서관들의 상속이니 투기 같은 구설이 외제차에도 따라붙었을지 모른다. 민심의 속성은 웬만큼 눈감고 지나쳐 주자는 마음이 들다가도 변명의 내용과 방식이 귀에 거슬리게 되면 금세 정서가 바뀌는 법이다.

지난 내각 임용 때 새 정부 지지도가 잠시 떨어졌던 것도 장관들이 부자라는 시샘이나 거부감보다는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들이 국민들의 귀에 거슬려서였다. 뒤 이은 이번 일부 수석 비서관들의 땅투기 의혹 역시 변명 바람에 국민들 눈에 더 크게 띄어져 있는 경우다. 뉴타운이나 혁신도시 논란 역시도 MB정권 黨政(당정) 실세들의 아전인수식 해명과 변명으로 비치면서 국정운용의 ‘잘못’이 더욱 크게 눈에 띄고 있다. 노무현 정권 하의 ‘부가가치 4조 원 효과’ 주장은 부풀려 내놓은 것이라는 감사원과 당시 연구교수팀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면 아무리 수조 원의 보상금이 나갔고 착공이 됐더라도 수정 보완하거나 지역에 따라 재조정하자는 새 정부의 진단을 그대로 밀고 나가야 옳다.

어느 소신 있는 지자체장은 자기 市(시)에도 혁신도시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 혁신도시 방안에는 반대한다고 말한다.

지역 균형발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지만 그 방법에서 과연 노 정권 방식의 혁신도시가 꼭 맞느냐는 문제는 더 깊이 발 빠지기 전에 냉정히 진단해야 한다. 효과가 과장된 계획이라면 고쳐서 해야 하고 누구에게도 이득이 돌아가지 않는 국력낭비로 판단되면 지금 수조 원을 버리더라도 다른 길을 찾는 게 지역주민과 나라경제를 위하는 길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궤변이나 변명을 만들어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아닌 것은 아닌 데로 고치거나 과감히 버려야 한다. 새 정부에 거는 기대도 바로 그런 것이다.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無知(무지)로 잘못된 전봇대를 박은 통치자와 정치적 역풍이나 표를 의식해 잘못된 전봇대임을 알면서도 안 뽑는 통치자는 오십보백보다.

경제성장 7%를 공약했던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두 달도 안 돼 “시간이 갈수록 지난 10년 동안 흐트러진 것을 바로 세우는 게 힘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금처럼 경제 여건이 어려우면 1% 성장도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는 말 뒤끝에 한 얘기다. 만약 7% 아닌 1% 성장에 그치면 지난 10년간 흐트러진 과거 탓으로 돌리겠다는 변명의 단초를 미리 놓는 듯한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개혁적 실용정부 지도자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되는 말이다. 집권 초에 잡겠다던 밀가루값 유류값도 대책 없이 오르고 있다. 여기엔 또 무슨 해명이 나올까. 남 탓이나 핑계 찾기는 국민 귀에 곧장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주택난방 온도조사 같은 섣부른 발표, 친박 이박의 남 탓 언쟁, 뉴타운 같은 당정 간 입씨름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 MB정부엔 변명보다 침묵이 더 필요해보인다.